해파리와 파티를!
해터뷰(1): 영화진흥위원회의 아홀로틀〈해터뷰 (1) : 해파리와 파티를!〉은 영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영화계 사회초년생들을 인터뷰하는 기획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작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영화비평웹진 해파리는 영화진흥위원회 2년 차 직원, 아홀로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아홀로틀: 공정환경조성센터에서 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아홀로틀이다. 2020년에 입사한 신입직원이다. 사실 아무래도 회사에 재직한 기간이 짧다 보니 “우리 위원회는 이렇다”라고 말하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설명하면서도 이게 맞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1년 5개월 정도 일하면서 느낀 바를 최선을 다해 말씀드리겠다.
해파리들: 학부 시절에 영화를 전공했다고 들었다. 대학교 전공이 현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직무와 어느 정도의 연관성을 가진다고 보는지? 그리고 학부 시절부터 영진위 입사에 대한 꿈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홀로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영진위의 경우 업무 자체는 다른 대한민국 정부 부처 산하의 공공기관 루틴처럼 돌아간다. 그렇지만 영진위에서 다루는 것은 영화, 특히 한국 영화 산업이다. 아무래도 학부 시절 내내 영화를 탐구해야 했기 때문에 영화 산업 관련 업무와 어느 정도는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영진위에서 하는 업무에서는 내가 학부 시절에 주로 접했던 영화 미학, 연출 및 제작과 같은 세부적인 틀보다는 큰 틀로, 산업적 측면으로 영화를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영화 전공과 영진위 직무와의 연관성은 크진 않고, 영화에 애정이 있기 때문에 업무가 좀 더 수월한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른 질문에 답하자면, 학부를 입학했을 때부터 영진위 입사를 희망한 것은 아니다. 보통 학생들이 영화과에 진학하는 이유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렇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을 깨닫게 되는 거다. 나도 그런 케이스였다. 졸업 학번이 되고 내가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걱정을 하면서, 현실적으로 내가 어떻게 밥벌이를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렇게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영진위 지원을 준비하게 됐다. 영진위는 어쨌든 영화 산업과 관련된 기관이니까.
해파리들: 많은 사람들에게 영화진흥위원회라는 이름이 익숙하게 들리지만, 그럼에도 정확히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영진위는 한국 영화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아홀로틀: 영화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영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영비법은 한 번씩 들어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법률 안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같은 영상 관련 기관이 설립되었다. 영진위는 영비법에 따라 영화진흥기본계획을 세운다. 한국 영화 산업의 진행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는 기관이다.
이번에 영진위가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울 때, “영화 정책 전문기관”이라는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를 넣었다. 예전에는 영진위가 한국영화 산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일에 힘을 쏟았다면, 한국 영화 시장이 커진 요즘은 OTT 플랫폼의 발전 등으로 “영화가 과연 무얼까”라는 질문이 화두가 되는 시점이다.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영비법상 영화의 정의는 되게 올드하다. “영화”라 함은 연속적인 영상이 필름 또는 디스크 등의 디지털 매체에 담긴 저작물로서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公衆)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을 말한다.1) 비디오물이라는 진짜 옛날 개념도 들어있다. 그래서 요즘의 영진위는 영화의 정의 확장부터 시작해서 정책적으로 영화를 어떻게 정의할지, 지금 이 시대에 영화는 어떻게 발전돼야 할지를 고민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
해파리들: 영진위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소개 부탁한다.
아홀로틀: 나는 성평등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여러 업무 중 하나는 2018년 영화계 미투 운동 이후에 생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라는 곳을 담당하는 업무다. 나는 든든의 예산 집행, 정산, 운영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2018년에 시작된 영진위 내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이하 ‘성평등소위’ 또는 소위원회) 담당자 업무 또한 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성별 불균형이 심한 산업 중 하나다 보니 성평등 소위원회에서는 영진위에서 진행하는 영화 지원사업에서 성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하자는 취지로 정책 개발, 제안 등을 한다.
소위원회 1-2기를 모두 참여한 조혜영 박사님께서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KOFIC 연구 2020-06, 2020)라는 연구 보고서를 출간했다. 연구보고서 제6장 「한국영화 성평등 실현을 위한 공공정책 방향」에서 설명하듯, ‘5050 by 2022’2)에 따라 영화 지원사업 심사 시에 여성이 참여했을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을 제도로 도입하는 게 당시에 큰 화두였다. 2021년부터 “성평등 지수”라는 이름으로 일부 지원사업에 여성이 핵심 창작자로 참여했을 때 추가로 점수가 도입되는 제도를 시작했다. 당연히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기 때문에 반발은 예상한 문제였다. 이제 성평등소위 운영 업무에서는 “성평등 지수”에 대한 민원들을 해결하는 것과 더불어 ‘5050 by 2022’를 어떻게 안착시킬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그런 업무에 관한 간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파리들: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 출범 후 전반적으로 영화계에서 젠더 이슈에 관한 여론이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하는가?
아홀로틀: 영화계가 문화예술계 최초로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확실히 ‘미투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큰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보니, 그때 이후로 조심하는 분위기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태조사 결과에도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기도 했다. 그러나 성별 불균형 해결, 즉 산업 내 성비가 50대 50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좀 많은 것 같다. “성평등 지수”가 도입됐을 때도 그랬다. 점수가 가산되는 형태로 사업이 운영되는 것은 달갑지 않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고민이 많다. 앞으로 이런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할지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또한, 젠더 이슈와 관련해서 영화계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백래시’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영화계도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해파리들: 영진위에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
아홀로틀: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민원 관련 일이다. 악성 민원인을 만난 순간들. 전화로도 민원이 오지만 전자 민원 형식으로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제목만 봐도 내 것인지 아닌지 안다. “말도 안 된다.” 이런 건 높은 확률로 내 것이다. 어느 날 누가 “제안합니다.” 딱 다섯 글자로 된 제목으로 올린 글을 퇴근길에 봤었다. 그때가 한창 성평등 지수 제도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던 시즌이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영진위 게시판에 성평등 관련 제도 반대 민원을 넣고 답변을 받은 게 이슈가 됐었나 보다. 그래서 그런 민원인가 하고 게시물을 클릭했는데, “위원회가 하는 일이 무용담의 재료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필요한 일을 하는 위원회의 행보에 응원한다.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인터넷에서의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있지만, 그 글을 보고 마음이 훈훈했던 기억이 있다.
직접적으로 나서서 예방 교육이나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하는 건 아니라 보람찼다고 말하는 게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업무와 관련해서 뿌듯했던 순간도 있다. 든든에서 예방 교육을 해 주시는 분들은 실제 현장에서 일하시는 영화인 분들이다. 이 분들이 소정의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직접 예방 교육 현장에 나가 강의를 해주신다. 한 분께서 아무래도 그런 예방 교육을 기계적으로 듣다 든든의 교육을 들을 기회가 생겨 들었는데, 실제로 강의를 듣고 보니 되게 유익했다고 평을 남겨주셨다. 그런 평을 남겨주신 분들이 꽤 되셨고, 다른 유관 기관에서도 예방 교육을 하는데 든든의 케이스가 좋은 케이스였다고 피드백이 오기도 했다. 내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담당자로서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해파리들: 영진위에서 행정 관련 업무를 하는 지금과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하던 시절을 비교하면,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아홀로틀: 예전에는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는 것에도 개의치 않았다. 나는 영화관에 자주 가는 사람에 속했고, 많이 보기도 했고, OTT도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영진위의 주요 현안 문제점 중 하나가 재원이 불안 불안하다는 거다. 코로나도 그렇고 상영관의 입장권 몇 퍼센트로 조성되는 영화 발전 기금이 점점 고갈되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들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영발 기금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영화도 영화관에서 최대한 보려고 하고. 남들이 어떤 영화는 굳이 영화관에서 안 봐도 되지 않을까 하면 “아니야, 영화관 가서 봐. 영발 기금 조금 내.” 이런 식으로 친한 사람들을 영화관으로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한다. 한국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감독님들이 OTT에서 드라마를 많이 찍고 계시는데, 이제 다들 드라마로 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재미를 위해서 영화를 봤지만, 지금은 걱정을 많이 한다. 특히 요새처럼 한국 신작 영화가 잘 나오지 않는 시점에서 영화관에 가면 “3개월 전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이 걸려 있었는데 아직도 상영하네.” 같은 걱정을 하면서 상영관에 입장하게 된다.
해파리들: 코로나19와 OTT 플랫폼 활성화로 영화관 수익이 줄어들면서 영화진흥위원회 재원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일반 관객들은 체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 이후에 영진위에서 코로나19대응전담TF(이하 ‘코로나TF’)3)가 개설돼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TF가 하는 사업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줄 수 있나.
아홀로틀: 코로나TF는 코로나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사업은 영화관 6천원 할인 쿠폰일 것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특별 사업의 일환으로 영화인 직업훈련 지원사업, 기획개발 지원사업, 영화관 특별기획전 지원사업 등을 신설했다. 기존의 사업 외에도 상영관 인력운영지원 사업도 진행 예정이다. 내가 관련 팀에 속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해나가는지 정확하게 설명해 주긴 어렵지만, 담당팀에서 나라에서 정책이 바뀌거나 상황이 급변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열심히 하고 계신다.
해파리들: 영화진흥위원회에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준다면? 비교적 최근에 입사했기 때문에 도움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홀로틀: 이 일을 위해 필요한 역량 같은 걸 딱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 것 같다. 왜냐하면 영진위에 많은 팀이 있는데 그 팀을 돌아가면서 일을 하게 되는 순환 보직 구조다 보니까. 그런데 일단 입사를 원한다면, 단계별로 무엇을 시험을 치는지가 정해져 있지 않나. 1차에서 일반상식과 논술, 2차에서 NCS를 치고 3차가 면접이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일반상식이 가장 장벽이 높은 것 같다. 문제가 절반은 영화, 절반은 일반상식으로 나오는데, 영화는 일반적인 영화사부터 시작해서 이걸 어떻게 맞추냐 싶은 것까지 나온다. 솔직히 말해서 일반 상식은 오래 공부한다고 해서 내가 준비한 게 100% 다 나오는 그런 과목은 아니다. 그렇지만 영진위 입사에 관심이 있다면 전반적인 세계 영화사와 한국 영화사의 흐름을 한번 훑어보면서 ‘대충 이런 게 있구나’하고 감을 익히는 게 좋을 것 같다. 입사 후 업무를 할 때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식은 아니지만, 입사를 위해서는 알아두면 좋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영화 <춘향전>으로 박사 논문을 써야지 알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세한 연도를 물어보는 문제도 몇 번 나왔다. 그렇다 보니 “이거는 무조건 하셔야 합니다. 추천해 드립니다.”라고 단언하긴 힘들지만, 항상 주변에도 (영진위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이 있다면) 영화사는 한 번씩 읽으라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영진위에서 발간하는 <한국영화>4)가 이제 웹진으로 전환됐는데 그것도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해파리들: 앞으로 영화진흥위원위에서 어떤 일을 해보고 싶나?
아홀로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지원 사업을 하는 사업팀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 정책팀에서 정책 업무를 능력껏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고. 지금 당장 하기엔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고 공부를 좀 더 해야 될 것 같다.
해파리들: 영진위 업무 외에 개인적으로 영화와 관련된 일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아홀로틀: 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왓챠를 통해 별점을 주거나 간단하게 기록을 하곤 하는데, 요즘 들어 점점 어휘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걸 많이 느낀다. 되게 재밌는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은 나는데, 글로 쓰자니 안 된다. 그래서 딱히 어디에 보여주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기록용으로 브런치 플랫폼에 계정을 만들었다. 생각을 기록하면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또, 옛날부터 영화 기술 파트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드론 촬영을 배우려고 계획을 세워뒀다. 한때 VR에도 관심이 있었다. 한예종 AT랩에서 만든 <허수아비>라는 작품이 되게 잘 만들어졌고 영화제에서도 수상했다고 해서 한번 보고 싶은데, VR 작품 특성상 찾아보기가 좀 힘들다. 부산영화제에 갔을 때는 VR 영화들을 볼 수 있는 섹션이 있어 기회다 싶어 많이 감상했는데, 좋았다. 예전엔 VR 영화를 촬영하는 책도 보고 엔진 같은 걸 취미 삼아 만져보고 그랬는데, 사실 솔직히 말하면 최근 6개월간 영화와 관련된 활동은 영화 보기 외에는 없다.
해파리들: 개인적으로 요즘 관심이 가는 영화계 이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아홀로틀: 넷플릭스가 배속 시스템을 도입할 때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게 만든다는) 창작자들의 반발이 있었다. 반대로 배속 기능 지원을 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비슷한 맥락에서 나도 유튜브에 편집되어 올라오는 영화 요약 채널 영상들을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최근 헬스장에 가서 러닝 머신을 타고 있으면 기본 화면에 항상 IPTV 영화 광고 프로그램이 나오더라. 그 프로그램 편집 방식이 유튜브 영화 요약 채널과 비슷하다. 영화를 편집해서 15분 정도로 만든 다음에 백나레이션 깔아서 설명해주고. 그렇게 최근에 IPTV로 들어온 영화 다섯 편에 대한 요약을 봤는데 막상 보다 보니까 괜찮았다. 이후에 이유를 모르겠지만 유튜브 알고리즘 추천에 영화 요약 유튜브 채널들이 계속 뜨더라. 그래서 또 하나둘씩 보기 시작하니까 계속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그래, 요새 집중력도 많이 떨어졌고… 세 시간짜리 영화 보기도 힘들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좀 좋네.” 하다가, “잠깐, 이러면 안 되잖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10대들이 1시간 반이 넘어가는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자리를 뜬다고 하더라. 요새 상업 영화 트렌드도 100분 이내로 끊는다고 하고… 분명 예전에 감동하면서 봤던 영화 중에는 100분짜리도 있었지만 200분짜리도 있었는데. 내 몸이 짧은 콘텐츠에 맞춰지고 있는 건지, 이런 트렌드가 괜찮은 건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만약 내가 200분짜리 영화를 50분 만에 봤다고 하면, 그리고 “나 그거 유튜브에서 봤어.”라고 한다면 이걸 봤다고 말할 수는 있는 걸까? 이미 이런 관람 방식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떤 이슈라기보다는 고민하는 문제 중 하나다.
해파리들: 최근 본 영화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아홀로틀: 최근에 본 것은 아니고 좀 되긴 했는데, 제일 좋았던 영화를 꼽으라면 부산영화제에서 본 <베네데타>(2021)다. 폴 버호벤 감독의 팬은 아니지만 <베네데타>가 재밌다길래 표 한 장 구해서 보러 갔었다. 야외에서 추위에 떨면서 봤는데 야외상영을 하기에는 상당히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더라. 부산영화제가 이 영화를 야외에서 상영할 생각을 했다는 것에 조금 놀랐다. 사실 <베네데타>는 영화 미학적으로 어떤 부분이 어떻게 좋다는 생각보다는 두 주인공 배우의 비주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각적으로 가장 기억에 많이 남고. 이 영화 말고도 좋은 영화들을 많이 봤지만 계속 생각나는 건 <티탄>(2021)과 <베네데타>인 것 같다. 특히 <베네데타>는 상영관에서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해파리들: 마지막으로 조금 난해한 질문을 하려고 한다. 아홀로틀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아홀로틀: 지금 대학 동기 자취방에 있는데,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는 게 좋겠냐고 물어봤다. 여기 있는 세 명이랑 얘기를 하다 보니 꽤 신박한 문장이 나왔다. ‘영화는 나를 꼰대로 만드는 존재’라는 거다. “야, 영화는 이런 거지.”,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지.”, “이런 걸 어떻게 영화라고 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건 약간 장난이 섞인 거고. 영진위 직원 입장에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영화는 확장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드라마라고 부르는 것도 영화의 개념 안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영화가 필름이라는 물성 안에 갇혀 있다가 상황이 변하면서 박찬욱 감독이 스마트폰으로 단편 영화를 찍기도 하는 것처럼. 드라마라든지 비디오라든지 그런 개념들의 제일 최상위에 영화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가 모든 걸 다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고 영상 개념 중에서는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영화는 앞으로도 계속 커나갈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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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와 파티를!〉에서는 첫 번째 해터뷰의 주인공으로 영화진흥위원회의 사회초년생 아홀로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속 기관과 업무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인으로서 가지는 고민까지 경중을 떠나 들어보고자 했다. 앞으로도 해파리는 다양한 곳에 분포하고 있는 젊은 해양생물들을 만나 그들의 서식지를 조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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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O B E C O N T I N U E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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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 1항.
2) “한국영화의 성평 등을 성취하기 위한 선도적 조치로서 2022년까지 다음의 목표를 실천한다. 첫째, 영화진흥위원회 가 운영하는 주요 지원사업에서 성별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심사에서 성평등 평가기준을 추가한 다. 둘째, 영화진흥위원회 전체 예산의 5%를 별도 예산으로 편성해 성평등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 는 사업에 사용한다. 이 목표는 2022년까지의 사업으로 2022년에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기존의 전략을 보안·확대하고 새로운 전략을 추가한다.”,조혜영, 「한국영화 성평등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KOFIC 연구 2020-06, 2020), 270쪽.
3) 영화진흥위원회에는 코로나 관련 TF팀으로 ‘코로나19대응전담TF와 ‘포스트코로나정책추진TF’ 두 개의 팀이 있다. ‘코로나19대응전담TF’는 코로나 특별 지원 사업, 할인권 배포 등의 사업을 진행했으며, ‘포스트코로나정책추진TF’에서는 정책보고서 발간 쪽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4)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정보연구통계>발간자료
(https://www.kofic.or.kr/kofic/business/rsch/findPublishList.do?flag=1)로 들어가 다운로드를 받은 뒤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