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거북이

Stone Turtle, 2022
우밍진
복수의 복수 _ 난둘

<돌거북이>에서 자하라가 빠져드는 얕은 잠은 변주하는 복수vengeance의 서사다. 자하라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난민 여성에게 닥쳐오는 삶은 단말마의 지속이다. 그 지속이 비록 유한하다 하더라도 육체와 정신을 침식하는 고난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그래서 자하라는 단말마의 고통을 끊어낼 수 있는 선택을 위해 육지로 떠날 수 있는 보트에서 계속해서 잠이 든다. 현실과 렘수면 상태에서 발생하는 동일한 사건들은 자하라의 선택에 의해 판이한 결과를 가져온다.

말레이시아는 국제법에서 인정하는 난민의 지위를 국내법으로 인정하지 않은 나라다. 이체에서 말레이시아로 망명한 자하라. <돌거북이>가가 난민으로서 자하라의 삶을 상세히 묘사하지는 않지만, 복수plural의 서사로 그 설명을 대신한다.

자하라는 어떤 사건에 의해 외딴섬에 정착하게 된다. 그가 선택할 수 없었던 사건은 그의 삶을 외딴섬으로 이끌었다. 그는 그곳에서 돌거북이 알을 팔아 불법적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자하라에게 받은 돌거북이 알을 불법 시장에 팔아 몫을 주는 미아는 목에 누군가가 조른 듯한 상처가 남아 있다. 그런 섬에는 분명 우연이라 볼 수 없을 것만 같이 여성들만이 살고 있다.

육지를 떠나왔을 여성들이 사는 섬에 장수거북을 연구하는 한 남성이 찾아온다. 생계를 위해 거북이의 부화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밖에 없는 자하라에게 그 남성은 경계의 대상이다. 그는 장수거북을 보지 못했다는 자하라에게 섬에 장수거북의 주식인 토마토 해파리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계속해서 말을 건다. 토마토 해파리는 대개의 해파리처럼 독을 쏠 수 있다. 그런 토마토 해파리를 장수거북이가 먹이로 삼는다는 점은 자하라가 살아온 삶과 궤를 함께하는 것만 같다.

장수거북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해파리가 독을 쏠 수 있을까? 해파리의 독은 장수거북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줄까?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까지 흐르는 복수의 순간에 자하라가 선택한 결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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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busan.go.kr/moca/exhibition01/1561678